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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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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독일에서 시작하여 전 유럽에 번지고 있는 <변화하는 학교> 운동 창시자들의 도전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 베를린 학교(ESBZ)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변화하는 학교> 운동은 정해진 매뉴얼이나 모델이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에 초점을 맞춘 변화의 움직임을 “지금 당장 시작”하기로 결단하고 먼저 출발한 이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연대하자는 것이 이 운동의 핵심이다. 미래를 향한 변화의 출발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부추기는 부드럽고도 확신에 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누구나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가슴 뛰는 시작의 실마리를 잡아채어 나아가기에 충분할 것이다.

 

20세기 학교의 한계를 넘어서자

교육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독일 역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4학년이면 대학에 갈지 직업학교에 갈지 진로가 정해지는데 김나지움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즉 직업학교로 진로가 정해지는 아이들과 그들의 학부모는 좌절감을 느낀다. 10세 무렵에 아이의 진로가 정해지는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아이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며 따라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성도 희박하다. 저자에 따르면 성적에 대한 압박은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칠 때쯤에 시작되어 이때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고 선언하는 아이들이 나타난다.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을 실시한 이래로 학교 현장에 성적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분야 간의 파편화를 유발하는 획일화된 수업과 비교에 근거한 평가로 아이들의 창의적 발상과 호기심을 가로막는 낡은 교육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EU는 교육정책의 주요 목표로 인권, 민주주의, 사회 통합 및 지속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독일의 학교들은 기회불균등과 배제에 관한 한 여전히 세계 챔피언”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부모들이 과외 수업에 지출한 돈이 연간 15억 유로에 이르는데 이는 ‘조기선별’의 폐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교사는 학생에게서 부족함을 찾아내는 관점을 내면화하고 강화할 뿐이다. 독일은 연방과 주 사이의 교육적 협력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각 주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 속에서 일한다. 하지만 세계는 범지구적인 네크워크화가 진행되고 있고 학습 집단마다 다른 종류의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지식 전달 위주의, 협력 없는 경쟁 구도의, 결함 지향성 문화에 젖은 이러한 20세기의 학교를 이대로 두어도 좋을까? 바꾸어야 한다면 어떻게 바꿀까? 저자들은 21세기의 학교는 잠재력 전개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세기의 학교를 탈피한 21세기형 학교. 개개인의 잠재력을 전개하는 토대가 되는 학교. 그런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저자들은 상호 관계가 우선되는 학교,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학교, 우리 내면의 인간상을 아이들과 공유하며 살 수 있는 학교, 스스로 미래를 꾸려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학교를 상상하는 것, 지금의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런 의문을 가진 독자들에게 저자들은 이미 펼쳐져 있는 미래의 학교로 독자를 초대한다. 독일 곳곳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 21세기 학교 현장의 사례를 통해 영감을 불어넣는다.

 

잠재력 전개의 학습문화

21세기의 교육은 20세기가 간과한 문제들에 도전할 책무가 있다. 오늘날의 교육은 생태적인 분야의 도전과제를 비롯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집단적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비전을 개발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배우려는 태도 그리고 이웃사랑이 요구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인간관계의 질이 중요해졌다. 이런 가치들은 종래의 계층화된 학교 구조에서는 추구될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범지구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자기 문화의 정체성에 뿌리를 내리며 다문화 간의 소통 속에서 참여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적 포용을 몸으로 익히며 새로운 구조와 과정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저자들은 이처럼 항상 새로운 배움이 요구되는 21세기의 시민을 키우는 데 터전이 되는 공간이 바로 학교라고 강조한다. 이제 학교는 할 수 있는 것, 만들 수 있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버리고 지속가능성으로 나아가는 것, 경쟁심을 버리고 공존의 힘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지식은 아직도 학교의 핵심가치로 남아 있지만 나날이 변하는 세상에서 주요 자산이 되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기만의 남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믿으며 그 잠재력을 학교가 일깨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을 학교가 기꺼이 맡을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그렇다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어떻게 전개해나갈 수 있는가.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에 이르기 위해서는 살아가면서 그걸 발견하게 해줄 다양한 가능성을 접해야 한다. 잠재력을 발견하려면 인간, 그중에서도 어린 세대는 자기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과제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경험하고 나아가 타인을 만나는 가치존중의 관계문화 속에서의 ‘인정’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잠재력의 전개’란 자신만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해 그것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잠재력 전개는 인간이 자기 책임하에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토대로, 오늘날의 기업들은 이미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라야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업의 목표에 헌신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현재 인류가 마주한 여러 위기 상황 역시 인간 중심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이 해결책은 한 가지 시각이나 사고방식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비전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를 몸에 익히는 경험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 학교의 교사

21세기 학교에서 교사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들은 21세기 학교의 교사의 상을 이렇게 그린다. 그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람이자 관계를 맺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채근하고, 애정을 가지고 한계를 설정해준다. 20세기의 교사는 지식의 원천이었지만 21세기 학교의 교사는 학습과정의 동반자이자 코치, 대화 상대, 멘토인 동시에 학습 환경과 교재 및 프로젝트를 꾸리는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교사를 뒷받침해주는 관리자와 학교 구조다. 구조는 곧 문화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하는 학교> 운동이 제시하는 학교 구조의 모델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잠재력 전개가 잘 작동하는 하나의 학교 구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잠재력 전개의 목표는 개체화된 공동체 그 자체다. 이는 하나의 길인 동시에 온전히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는 공동체이다. 먼저 시작한 이들의 사례는 그저 영감을 주고 상상력을 확대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이다. 『학교가 시작하라』의 저자들은 자신의 운동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아직도 배우는 도중에 있으며 단지 자기가 믿는 것을 실천하고 실험하는 일을 조금 먼저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쳇바퀴 돌 듯 빙빙 도는 논의 대신 행동하라는 것이 이 책의 주문이다. 이들은 계속 부추길 것이다. 모든 학교는 새로운 학습 문화를 향해 스스로 나아갈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믿음이 이 운동의 원동력이다. 이들은 각자의 길을 부추기고 네트워크로 이어주며 서로 도와주기 위해 <변화하는 학교(Schulen im Aufbruch)>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학교를 위해 뭔가가 변한다면 그 변화는 학교 자체를 통해 촉발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확신 하에 움직인다. “학교 이외의 어디에서 잠재력 전개를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학교에서가 아니면 대체 어디서 자기효능감의 마법, 유의미한 형성이 주는 기쁨 그리고 공동체의 비법을 만난다는 말인가?”

 

학생들 각자가 교육 전문가가 되는 학교

21세기 학교의 영감을 얻기 위해 한 해에 수만 명이 우리 베를린 학교(ESBZ)를 찾는다. 이곳을 찾는 교사, 교장, 교수, 기업가 들에게 <변화하는 학교> 운동의 가치를 전하는 연수교육을 진행하는 이는 학생들이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어린 교육전문가 학생들의 활약과 그들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열세 살 여학생이 낯선 어른 그룹을 맞아 자신을 학습 파트너이자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연수를 이끈다. 참여자 집단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는 일까지 해낸다. 어른들로서는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잠재력 전개의 메시지를 퍼뜨리는 이는 교장도 교육학자도 정치인도 아니었다. 바로 직접 잠재력 전개 문화 속에서 사는 학생들이었다. 독일의 수많은 학교가 ESBZ의 교육전문가 학생들에게 영감을 받고 이 운동에 착수했으며 오스트리아에도 폭넓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변화 만들어내기,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끌기, 잠재력 전개에 대한 이해 심화하기, 스스로 시작하기와 동맹관계 맺기, 협력관계 만들기’의 전문가다. 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널리 퍼져야 해.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까?” 학생들은 관공서와 기업에도 초청되어 관계문화와 리더십, 신뢰에 관해 강연한다. 유럽리더십아카데미에서는 디자인 씽킹이라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잘츠부르크 교육대학에서 이틀간의 활약으로 대학교수들의 마음속에 내동댕이쳐져 있던 비전을 다시 일깨웠다.

 

부정적인 관점에 맞서는 법

저자들은 ‘그런 건 어차피 불가능해’라고 말하는 부정적 관점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8장에 간결하게 정리했다. 지금도 문제없이 잘 되는데 왜 굳이 바꾸는가, 그런 방식으로 보편교육이 될 수 있나, 법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닌가 등 각종 부정적 질문의 기세를 단호히 꺾어주면서도 부드럽게 설득하는 매력적인 답변들이다. 대한민국의 교육혁신가라면 이 답변에 덧붙일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기존의 교육은 우리 사회시스템을 진화시켰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 중 어떤 것이 우수하며 어떤 것이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새로운 방식을 통해 검토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 열망은 어떤 가능성이 열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확실한 기회를 잡도록 도와준다. 눈을 감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미 창조한 것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가능성을 활용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최소한 고착화와 정지 상태는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사회적, 경제적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교육만이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전 교육 시스템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그것이 그대로 고착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아이들은 억지로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어른들은 쉽게 말한다. 하지만 교사의 진정한 도전과제는 호기심과 학습 욕구를 잃어버린 청소년일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태도를 바꿔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는 것뿐이다.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시작하라! 지금 당장!

 

 

● 목차

이 책을 읽는 분께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1. 이렇게 부추기는 까닭은?

2. 영감을 얻어라!

학습방/ 팀은 힘이 세다/ 특별한 만남/ 책임지는 법 배우기/ 함께하는 학부모/ 도전과제 정복하기 자연 체험하기

3. 우리의 미래를 막아서는 여러 가지 도전과제

생태 분야의 도전과제/ 노동시장의 변화/ 세계화와 문화 정체성/ 민주주의 전개/ 정치의 한계와 사회참여파: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새로운 사고와 행위/ 학교는 사회의 온상

4. 20세기 학교

파편화, 박자 맞추기, 획일화/ 타율성 및 똑같은 학습 진도/ 문제풀이 문화와 빈칸 채우기 정신

가치를 인정하는 관계문화의 결여/ 실제 삶과 무관한 학습/ 계층성과 가상의 안전/ 선별 시스템

시스템이 일으키는 여러 결과/ 정치적 한계

5. 국제 전문가 집단의 전망

6. 잠재력 전개의 문화

잠재력 전개/ 의식의 발달/ 마법의 순간/ 체험으로 익히는 잠재력 전개의 원리/ 평생학습 개념

7. 미래의 학교

인간이 중심이다/ 정신과 태도/ 가치 인정과 관계문화

자기 속도에 맞추어 학습하기-학습 객체가 아닌 학습 주체로/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점수 평가를 버리고 성과 피드백을 세분화하기/ 민주주의 실현하기/ 삶 속에서 학습하기

비전 있는 사고를 위한 자극과 모델/ 21세기의 교사: 조정자, 리더, 롤 모델

20세기 학교 VS 21세기 학교

8. 21세기 학교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지금도 잘 되는데 왜 굳이 바꾸지?/ 그건 다른 데서는 안 통한다니까!

애를 써야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아이들은 억지로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 방식으로는 보편교육이 실패할걸?/ 그래도 규율은 있어야 하고, 의무감 있는 사람도 필요해

그런 학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9. 미래는 지금 시작된다!

책임감 갖기/ 동맹 맺기/ 잠재력 펼치기/ 비전 개발하기/ 비전을 학습과정에 통합하라

스스로 도전하기/ 운동의 일부가 되자/ 변화하는 학교

10. 지역사회와 함께 움직이는 학교

학생이 전문가다: 개척자 포맷/ 모든 것에는 결과가 따른다/ 바덴-뷔르뎀베르크에서의 변화

니더작센에서의 변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의 변화/ 브란덴부르크에서의 변화

<변화하는 학교>의 독일 내 지역그룹/ 독일을 넘어 해외로/ 디지털을 활용한 변화

기업도 영감을 얻는다/ 대학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제는?

 

부록: 감사의 말/ 주/ 참고 웹사이트/ 기타 단체

역자 후기

 

 

● 책 속에서

우리는 21세기의 교육과 학교 문제를 그 근본부터 새로이 생각하는 일에 사람들을 불러들이려 한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교욱 문제에 적극적이고 비판적으로, 비전을 갖고 동참하게 함으로써 기운 넘치고 성숙한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잠재력을 펼치고 심성을 도야하는 곳으로서의 학교, 훌륭한 일터이자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학교라는 비전을 사회적으로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거의 백여 년에 걸친 교육정책의 정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기관은 구조적으로 볼 때 거대한 유조선과 같아 움직임이 굼뜨기 마련이다. 유조선이 상지하는 것은 안정선과 신뢰성, 지속성이다. 반면 용감한 시민들은 쾌속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와 위험을 적확하게 감지해낼 뿐만 아니라 여러 방법과 가능성을 훨씬 더 빨리,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p. 22

 

21세기의 복잡한 도전과제에 혁신적인 해법을 내놓으려면 창의성과 함께 오류나 실패를 생산적으로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20세기의 학교는 이에 필요한 양질의 토양을 제공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30%는 두려움을 안고 학교에 다닌다. 두려움과 창의적 문제해결은 양립할 수 없다. 두려움은 창의성을 말살한다. 창의성은 열정을 먹고 살며, 열정이란 미리 정해진 게 아닌 열신 사고가 가능한 빈 공간에서 생겨난다. 창의성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평가 잣대가 없는, 실패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p. 60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세계시민이 된다는 것, 국경을 넘어 공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은 그 반대, 이를테면 선별과 경쟁심이다. -p. 65

 

유럽연합(EU)는 인권, 민주주의, 사회통합 및 지속가능성이 교육정책의 주요 목표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20세기의 독일 학교는 기회불균등과 배제에 관한 한 여전히 세계 챔피언이다. 조기선별(5학년에 올라갈 때 진로가 결정되는 것)에, 한번 결정된 진로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아 계층 이동성은 없다시피 하고, 학업 중단자 및 교육 패배자도 많다 보니 선진 공업국가 중 독일 만큼 교육의 성공 여부가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강력하게 의존하는 나라도 없다 –p. 65~66

 

독일 내에도 우수한 학교가 다수 있다. 독일 연방 공화국 내의 도처에 말이다. 20세기의 학교를 내던져버린 학교들,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학교들이다. 이런 학교들은 인간성이 작동하고 인성이 형성되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우리가 ‘독일의 학교’라고 말하면 그것은 독일 연방 내에 있는 4만 개에 달하는 모든 학교를 말한다. 그 대다수는 오늘날에도 20세기적 사고 모형과 관계 모형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표면에 균열을 내야 한다. 이 작업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이러한 균열에 흥미를 갖고 있으며 때가 무르익었다고 믿는다. - p. 80

 

잠재력의 전개란 자신만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해 그것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인식과 자신감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도 확대된다.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곳에 있을 때 학습과 삶에 대한 기쁨과 욕망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잠재력 전개는 인간이 자기 책임하에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삶 속에서 인간은 각자가 독자적인 소질의 소유자로서 존엄성을 갖고 있으며, 자기효능감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p. 84

 

태도라고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자신의 태도가 아니라 타인의 태도를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이 특정한 태도를 보이기를 원하고 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태도로 대해주기를 바란다. 이와 동시에 구체적인 바람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조화와 존중의 태도를 원한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요구는 자기 태도를 비판적 검증에 내맡기고 필요할 경우 그걸 바꾸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 변화는 우리 자신에게서 시작한다. -p. 98

 

학습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주는 열쇠는 발견자의 기쁨, 동기유발 및 열정이다. 열정은 빛을 발산하고 감동을 주며 전염된다. 우리 마음을 알게 될 때, 자신이 성취한 것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볼 때, 이를 체험할 수 있다. 열정은 대뇌의 감정중추를 활성화하며, 이는 연쇄적인 활성화 반응을 유발한다. 따라서 열정이 있으면, 기쁨이 있으면 더 빨리, 꾸준히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타고난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고 학교에서도 사라진다. 왜 그럴까? 우리 인간은 수많은 것에 익숙해진다. 확립된 틀에 젖어 주어진 과제물의 빈칸을 채워 넣고는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통과하는지를 본다. 잘 돌아간다.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빤히 보인다면 대체 어디에 열광해야 한다는 말인가? 모든 게 사전에 정해져 있고 자신은 외부에서 정해주는 요구사항들의 객체에 불과하다면 열정은 식어버린다. 열정이라는 빗장을 열어주는 열쇠는 ‘유의미함’이기 때문이다. 내게 의미가 있는 것만이 진정으로 학습된다. 그리고 유의미성은 의의를 필요로 한다. -p. 100

 

신경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가치 인정의 관계들을 바탕으로 자기 잠재력을 펼칠 수 있다. 가치 인정과 존중이 없으면 동기유발 시스템이 꺼지고, 그 대신 스트레스 및 공격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인정과 의미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그걸 대체할 만족감을 추구하는데, 이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여러모로 해롭다. 오늘날의 모든 산업분야가 이 대체만족감을 먹고 살아간다. -p. 113

 

모든 아이는 유일하다. 학습 속도, 학습 상태, 학습 유형이 다 다르다. 이질성이 모든 학습그룹의 특징인 것이다. 분류 시스템에서 이른바 ‘균질적’이라고 칭하는 그룹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진도에 하루에 네 과목, 많게는 여섯 과목이 들어가 있는 수업계획으로는 이런 차이를 고려할 수 없다. 미래의 학교는 이런 인식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하여 획일성의 시대를 끝낸다. -p. 114

 

21세기의 학교를 위해서는 그저 교사들이 학생들을 더 많이 돌봐주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으며, 그건 해결책의 제시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비난이다. 이는 실제의 교육 상황과 오늘날 교사들의 입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목표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키워주고 격려하며 지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젊은 교사 세대는 이미 노련한 동료들과 함께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사회적 요구를 교사들이 감당할 수 없도록 기존 구조가 훼방을 놓는다면 수많은 교사가 번아웃 증후군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새로운 역할 수행에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은 가치를 인정해줄 가능성이 있는 문화, 관계의 문화 속에 잠재력 전개의 과정이 구조적으로 닻을 내리는 일이다. 이는 조직화, 경영문화, 인력개발, 시간관리, 보수교육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교사 양성 교육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성숙한 시민으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책임감을 갖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역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행위의 자유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만 생겨나고, 그래야만 의미가 있다. 변화를 일으킬 책임이 타인에게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매달리는 한, 우리는 한께 형성하는 일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나설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책임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책임을 종종 짐이라거나 책임 전가 등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은 어떤 행위 공간 내에서 전개되는 하나의 자유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책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하나의 내적 결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나를 불만스럽게 만드는 요인을 누군가가 바꿔줄 때까지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이다. 착수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하겠다는 결심이다.

낡은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떠올리며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용기다. -p. 139~140

 

 

● Review

이 책은 교육이란 이름하에 때론 피해자, 때론 가해자, 때론 방관자, 때론 수혜자였던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과거의 경험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새로운 미래가 지금부터 가능하다고 부드럽게 부추긴다. 그 부드러움 이면에는 인간의 잠재력, 그리고 마법의 공간으로서 학교의 가능성에 대한 견고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학교가 시작하라’라는 제목이 이렇게 읽히지 않는가. ‘당신이 시작하라.’ 그렇다면 책이 주인을 제대로 만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혜영(아쇼카 한국 대표)

 

교육이 ‘학생들의 잠재력 전개’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도록 “학교가 시작하라”고 부추기는 까닭을 알겠다. 불확실성, 초연결성으로 대변되는 급변하는 시대에 부모,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래 교육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내 미래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영감과 용기를 준 책이다.

-양운택(서현중학교 교장)

 

 

● 지은이

마르그레트 라스펠트Margret Rasfeld

선구적 혁신적 사상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자, 아이디어와 사람을 네트워크를 통해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자. 학교 교육 전문가로서 39년간 교직에 종사했으며 이중 24년을 교장으로 봉직했다. 2016년까지 교장을 지낸 베를린 중부 개신교 학교(Evangelische Schule Berlin Zentrum)의 교육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적인 각광 속에서 교육문화에 중점을 두고 사회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그가 추구하는 중심 가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 잠재력 전개, 상대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관계 문화, 참여, 책임, 유의미성 등이다. 독일연방 총리가 주관한 <미래를 위한 대화: 우리는 어떻게 배우려 하는가>에 6인의 핵심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는 등 여러 혁신 영역에서 학제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2년에는 비전상(Vision Award)을, 2013년에는 도약사상가상(Querdenker Award)을 수상했다. 그가 2012년에 설립한 <변화하는 학교>는 현재 4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변화하는 학교>는 유의미성을 통해 영감을 주고, 사례를 통해 격려하며, 적극적인 인물들을 네트워크로 맺어주며, 교육실천가가 새로운 태도를 갖추어 혁신적 학습여건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준다.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유네스코와 독일 연방 교육부로부터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서의 교육이라는 세계행동프로그램(Weltaktionsprogramm)의 실현에 네트워크 파트너로서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받았다.

 

슈테판 브라이덴바흐Stephan Breidenbach

대학교수이자 중재 전문가로 기업 경영인이기도 하다. 다수의 사회변화 프로젝트(특히 www.betterplace.org)를 진행하는 동시에 사회적, 통합 지향적 기업을 여럿 설립했다. 독일연방 총리의 <미래를 위한 대화: 우리는 어떻게 배우려 하는가>에서 조정자 역할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역할 중에서 사회와 정치 변화를 위해 의식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이를 프로젝트와 조직 및 기업 속에서 실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 옮긴이

류동수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교에서 독어학 및 일반언어학을 수학했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고 파리로』,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랑이 필요하다』,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 『회복 탄력의 힘』, 『지구와 바꾼 휴대폰』, 『국가 부도』, 『0.1% 억만장자 제국』 등을 번역했고, 『브랜드 네이밍 백과사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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