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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동체 학교개혁의 길을 만들어온 철학의 여정

수업개혁·학교개혁·교육개혁을 향한 줄기찬 도전을 뒷받침한

사토 마나부의 철학적 탐구와 사색

일본의 교육학자 사토 마나부의 학교와 교육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담긴 책 『학교를 철학하다-사토 마나부의 학교개혁의 철학』이 ㈜에듀니티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사토 마나부 교수의 학술 논문들은 일본에서 『교육과정의 비평-공공성의 재구축을 향해-』(1995년), 『교사라고 하는 아포리아-반성적 실천을 향해-』(1996년), 『배움의 쾌락-대화적 실천을 향해-』(1999년), 『학교개혁의 철학』(2012년) 그리고 『교육사상의 탈구축(教育史像の脱構築)』(출간 예정)으로 이어지는 5부작으로 출판되었다. 한국에서는 ‘배움의 공동체’에 관한 다수의 저서가 번역 출간되어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학술 논문을 편찬한 5부작은 한국에서 이제까지 출판되지 않았고, 이번 『학교를 철학하다-사토 마나부의 학교개혁의 철학』이 첫 한국어 출판이 된다.

 

● 학교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현장에서 묻고 현장에서 답을 구하다

학교를 연구하며 끊임없이 교육개혁을 추진해온 사토 마나부. 그는 근대 이후의 교육을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현실의 학교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교실 공간과 사람들의 만남 속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실천을 해왔다. 이 책은 그가 해온 실천의 철학적 바탕과 성찰을 압축한 책이다. 사토 마나부 교육철학의 세 가지 줄기- ‘배움의 공동체론’ ‘공공권론’ ‘리터러시론’-와 일본 근대교육 역사에 관한 성찰이 1부 <학교의 철학>에 정리되었고, 2부 <철학적 단상>에서는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한 성장, 성찰의 장면들이 섬세하게 포착되어 있다. 이 책의 각 장은 치열한 현장 실천과 도전적인 탐구, 창의적인 사색으로 집필된 논문들로, 저자 스스로도 다른 어떤 저서보다 개인적인 애착이 가는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문의 뮤즈가 그와 함께 머물렀던 시절의 전율이 살아 있는 이 책은 사토 마나부 혼신의 앤솔로지다.

 

● 교육학의 경계를 넘는 탈영역적 탐구

―배움의 공동체 만들기 학교개혁을 만든 인문사회과학의 이론들

사토 마나부 교수의 철학 연구는 통상적인 교육 철학 연구와는 궤를 달리하며 교육학의 경계를 넘어 탈 영역적인 탐구로서 구체화 되었다. 역사학, 철학, 윤리학, 정치학, 문학비평 등 전문적인 학술지나 학술서를 위해 집필한 논문을 수록한 이 책의 지식영역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이른다. 학교와 수업의 개혁은 사회개혁과 문화혁명의 일부이기 때문에 교육학이나 교육과 관련된 학문만으로는 개혁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학교개혁과 수업개혁은 다양한 학문 영역에 걸친 이론의 통합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1부 <학교의 철학>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 학교개혁의 기초를 형성한 인문사회과학이론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듀이·제임스·폴라니·푸코·들뢰즈·쇤·횔퀴스트의 철학, 모스의 문화인류학, 멈 포드의 문화비평, 비코츠키·레빈·사이케 유타카·츠모리 마코토·브루노의 심리학, 테일러·거트먼·후지타 쇼조의 정치철학, 바우만·벨라·퍼트넘·쿠리하라 아키라·번스타인의 사회철학, 타니카와 슌타로의 시와 철학, 미요시 아키라의 음악과 철학, 이나가키 타다히코·슈밥·프레이리·로리스 말라구찌·슐만·아이즈너·엥게스트롬·램퍼트의 교육학, 로티·하그리브스·위티의 교육사회학 등 그가 언급하고 있는 학자들의 면면은 그 자체로 근대 이후 이 세계를 이끌어온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을 보여준다. 이 책에 수록된 그의 논문들은 하나같이 포스트 모더니즘 비판의 방법을 모색하면서 문화 정치 관점에서 교육학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논문들이 쓰인 시기는 2000년 전후로 사토 마나부 교수가 1998년 치가사키시(茅ヶ崎市)교육위원회와 협력하여 창설한 파일럿 스쿨인 하마노고 소학교(浜之郷小学校)가 ‘21세기의 학교’로서 ‘배움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학교개혁이 폭발적으로 퍼진 때와 겹친다. 이 흐름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유럽 및 미국을 비롯하여 한국,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타이완 등 아시아 각국의 교육개혁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해외에서도 일본 사례와 마찬가지로 폭발적이며 특히 아시아지역에서는 가장 유력하고 유망한 학교개혁 뿌리내리기 운동으로 알려졌다.

왜 배움의 공동체의 학교개혁은 이 정도까지 교사들과 교육행정 관계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신뢰를 형성하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배움의 공동체란 무엇이기에. 그것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 개혁을 도입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변혁해야만 할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 최대한 간결한 해답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배움의 공동체 학교개혁의 구상과 실천을 탐구하는 것은 현대 학교개혁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알고 학교라고 하는 장소와 그 기능이 어떻게 변모해왔으며 학교에 있어 아이(학생)들과 교사들과 보호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학교를 희망하는지 알게 되는 것이며, 동시에 오늘날의 학교의 위기가 어디에 존재하며 개혁의 가능성이 어디에 잠재해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배움의 공동체의 학교 만들기의 입문서이자 현대사회와 학교 교육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실천서다.

 

● 오늘날의 학급붕괴는 당연한 현상

‘배움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학교개혁이 폭발적으로 번진 것은 사토 마나부 교수와 니가타현 오지야소학교와의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사토 마나부는 이 학교의 100주년을 맞아 합창극 《학교의 창생》의 극본과 가사를 썼을 만큼 이 학교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이 합창극을 통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 전승으로서의 교육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일본 공교육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오지야소학교 「학교일지」발견 사건을 둘러싼 사실들을 자세히 보고한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자는 일본에서의 공교육이 가지는 두 가지 의미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학교와 교실 속에 스며든 이데올로기 침윤의 역사를 파헤친다.

1부 2장 <학교라는 장치>에 나오는 저자의 학급론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에도시대부터 번교(서당이나 향교와 같은 역할)와 테라고야(사찰 직할 교육시설)에서도 자학자습이 기본이었고 배우는 내용도 아이들마다 달랐다. 메이지시대가 되고 문부성에 의해 ‘학제’가 도입된 당시에도 학급은 없었다. 단지 개개인의 배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등급’이 있었을 뿐이었다. 1891년에 제정된 ‘학급편제 등에 관한 규칙’이 처음으로 학급을 등급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1900년에는 등급제를 폐지하고 시험으로 월반과 낙제를 없애면서 학급이 ‘동일 연령의 학습집단’이 되었다. 저자는 이 학급을 ‘국민국가의 기초가 되는 국민교육의 요청’에 근거한 것이며 ‘국민국가의 모형’이었다고 말한다. 현재에 이르는 ‘학급왕국’의 기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학급을 ‘국가모델’과 ‘가정모델’이라는 두 개의 모델로 나누어 흥미로운 설명을 이어간다. 학급은 이른바 국가의 모형이자 동시에 ‘교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정’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모델은 말할 것도 없이 그대로 메이지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걸친 국민국가 모델과 겹쳐 있다. 여기서 교사들이 담당한 것은 천황의 역할이었다. 천황은 국가를 통치하는 자이자 일본국민의 가부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에서 학급붕괴는 당연한 결과다. 학급왕국에서는 교사가 천황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모두가 승인하고 요청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민주주의 교육이 이뤄지면서 교사는 ‘노동자’나 ‘월급쟁이’가 되었고, 교사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상 이러한 학급왕국은 성립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학급붕괴는 필연적이며, 오히려 반가운 현상”이라 단언하며 “문제는 붕괴 후의 새로운 학교와 교실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 지적한다. 이는 또한 권위가 무너진 일본 사회를 고스란히 표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 관계성의 철학

개혁을 시작하고 1,000개교에 달하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저자는 교실을 개방하지 않는 교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학교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교사들이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연대를 만들 수 있는가가 변화의 첫 단추였다. 학교가 성공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교사가 ‘고립’에서 벗어나 ‘동료성’을 구축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가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신의 수업을 열어 비평을 받는 수업 공개를 100번 이상 실천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좋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사실 저자에게 ‘좋은 수업’은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다 같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장을 펼쳐가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아이 혼자서는 높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없으므로 배움을 연결하는 것이 어른이 할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이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관계를) 연결하고’ ‘(다시 이야기의 주제로) 돌아가는’ 일. 그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중하고, 높은 수준에 도전하는 수업에서는 교사가 아이의 발언에 경청하고 제대로 연결하고 있다. 서투른 교사는 자신이 이끌어가려고 하지만, 좋은 교사는 아이들 뒤에서 흩어지지 않도록 모아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아이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배울 권리를 보장받고, 모든 교사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문가로 성장하는 학교는 어떻게 실현될까. ‘배움의 공동체 만들기 학교개혁’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업 진행방식과 교사들끼리의 연대, 보호자와의 관계구축을 위해 모두가 노력할 때 가능하다.

2부 <철학적 단상>은 이러한 저자의 철학이 그의 삶에 어떻게 녹아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교육연구자로 살면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고, 그들에게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으며, 자신이 배워 안 것을 어떻게 실천해왔는지가 드러나 있다. 교육학자로서 그의 삶에 긴밀히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학문적 일대기가 새롭게 펼쳐진다. 자신의 삶과 학문 그리고 실천이 모두 관계성에 기반한 것임을, 저자는 배움의 공동체 학교개혁에 헌신한 생애를 통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 목차 *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1부. 학교의 철학

 

1장 교향하는 배움의 공공권-신체의 기억에서 근대의 탈구축으로

1. 오프닝

2. 신체의 시학과 정치학

3. 내란의 기억

4. 장소의 재편-식민지화로서의 ‘근대화’

5. 독백(모놀로그)에서 대화(다이알로그)로

6. 신체의 아티큘레이션-배움의 관계론

목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것-배움의 공공권으로

 

2장 학교라는 장치-학급왕국의 성립과 붕괴

1. 장치로서의 학교

2. 학급이라는 장치의 성립과 재편

3. 학급왕국의 성립과 보급

4. 일본형 시스템의 재생산과 붕괴

 

3장 리터러시의 개념과 정의

1.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2.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3가지 접근

3. ‘공통 교양’의 두 가지 개념

4. 비판적 리터러시 전개

5. 리터러시에서 역량으로

 

4장 공공권의 정치학-양 세계대전 사이의 듀이

1. 공공권의 철학

2. 1차 세계대전 후의 듀이-일본과 중국으로의 여행

3. 공중의 정치철학

4. 자유주의의 비판과 옹호

5. 민주적 사회주의의 철학

6. 종교를 넘어서는 것

결론

 

5장 학교재생을 위한 철학-‘배움의 공동체’의 비전과 원리와 활동 시스템

1. 또 하나의 풍경

2. 배움의 공동체

3. 비전의 공유

4. 개혁의 거시 정치-학교 외부에 대한 대응

5. 개혁의 미시 정치-학교 안쪽의 벽을 넘다

6. 재정의-성찰과 숙고

 

2부. 철학적 단상

 

1장 경계를 넘는 앎(知)

1. 신체

2. 장치

3. 식민지

 

2장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연극과 교육

- 키사라기 코하루와의 대화 -

 

1. 만남

2. 교육

3. 연결

4. 유지(遺志)

 

3장 기도의 심리학, 희망의 보육학-츠모리 마코토에게 배운다

1. 초상화

2. 심리학자에서 보육자로

3. 지금을 살아가는 것

4. 현장을 살아간다

 

4장 수업연구의 궤적에서 배우는 것-이나가키 타다히코의 교육학

1. 집약적 대상으로서의 수업-구심성과 원심성의 원근법

2. 다시 교육학을 묻다

3. 교육을 탐구하는 사람의 윤리-니힐리즘과 시니시즘과의 싸움

4. 다음을 잇는 자의 한 사람으로서

 

5장 죽은 자가 깃들어 있는 ‘나’-미야자와 켄지의 말과 신체

1. ‘나’라고 하는 현상

2. 죽음과 재생-파랑의 이미지

3. 분열되는 아수라의 신체

4. 표현하는 아수라의 신체

5. 무산되는 ‘나’

 

저자 후기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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